영상 〈세계의 균형〉(2025)이 불균형한 세상의 구조에 대한 비판이라면, 설치 〈바깥으로 나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2025)는 세계에 대한 행동의 의지를 보여준다. 〈세계의 균형〉에서 세계는 거대한 굴레로서, 사람들은 그 굴레에 포획된 무기력한 군중으로 표현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 고단한 노동자의 삶, 끊임없이 내몰리는 치열한 경쟁의 구조에서 사람들은 각자 삶의 정점에서 빛나기 위해 가장 높이 올라가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그 정점에는 단 한 사람만 설 수 있고, 그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영상은 불균형의 가장 끝에 내몰린 존재들, 즉 죽음의 경계에 서 있거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주목한다. 이는 컨테이너에 깔려 목숨을 잃는 노동자,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 백혈병에 걸리는 노동자, 배터리 생산 중 화재로 유명을 달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빵 제조 공장에서 사람이 죽는 비극이 발생했음에도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지 않아 빵이 사람보다 중요시되던 서글픈 현실과도 연결되며, 소수의 편의를 위해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는 장면들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희생과 소외를 직시하는 이 작품은 과연 '균형'은 무엇이며, '불균형'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고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각 단편은 개별적 이야기인 동시에 거대한 불균형의 퍼즐 조각이 되어 각자의 위치와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를 상기하게 한다.
〈바깥으로 나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의 제목은 타인에게 요청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문장이다. 즉 바깥에 무슨 일이 있는지 직접 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하는 의미이다. 서치라이트의 움직이는 빛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이자 위기에 처한 어떤 대상을 찾아내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빛은 정해진 궤도 없이 자유롭게 유영하는데, 이는 외부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내면의 갈망을 보여준다. 작품은 탐색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주체적인 의지로 세상을 바라보고 질문하는 것, 끊임없이 스스로 찾아서 확인하려는 시도 자체에 주목한다.